← 2013-2016의 기록

이글루스

지난 추석이야기

며칠 지났지만.
지난 추석동안 너무 행복해서.
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우선 추석전날까지도 일이 밀려서.
힘들게 일을 하고.
어머니를 도와 음식을 했다.

그리고 명절내내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고 또 술을 먹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술을 먹은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잠들지 못하고 있지만.
난 그 친구들이.
난 그 술자리가.
너무 좋았다.

추석이라고 어쩌다보니.
소개팅을 하게되었다.
늘 그렇듯이 힘든 시간을 보냈고.
아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날 보며.
친구들은 위로와 술을 주었다.

난 친구가 별로 없었다.
고1 1학기때는 매일 울었던 것 같다.
할게 없어서 학교 운동장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 세기도 했다.
근데 2학기때 어쩌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욕지거리를 뱉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 중 2명의 친구들과의 만남은 너무 행복했다.

한 친구는 생뚱맞게 졸업식날 우리 부모님께.
나랑 죽을때가지 같이 할 친구입니다 라고 드립을 날렸던 놈인데.
기숙사에서 1년 정도 옆자리를 같이 했다.
그때 박정현 4집을 그 친구 덕분에 들었고.
그 친구는 임창정의 빠돌이인데.
난 변해가는 그대가 왜 위대한지 늘 이야기 했다.
서로가 가야할 대학때문에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공부하다 졸면 서로 깨워주기도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편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너무 놀랬다.

다른 한 놈은 이승환 공연을 나와 같이 처음 간 친구다.
잠깐동안 서먹했던 적도 있지만.
늘 토이, 김연우, 이승환, 서태지, 이소라, 패닉 등등을 한결같이
떠들었다 우리 둘이서.
그 친구는 축구를 야구보다 더 좋아했는데.
난 야구를 축구보다 더 좋아했다.
매일 자습시간에 서로 떠들다 혼나기도 일쑤였다.
그 친구와 술을 먹다가 내가 우리집으로 데려와서.
추억팔이를 원없이 하다가 잠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편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너무 놀랬다.

추석이라고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힘들게 하는 친척들도 있었고.
여전히 피곤해하시는 부모님도 보였고.
여전히 안타까운 누나와 매형, 조카들이 있고.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힘들어 하고 있을 형의 가족들도 생각났다.

지난 추석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