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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오래된 사진.

주말 내내.
이승환 공연도 다녀왔고
(물론 안좋은 추억도 생겼고, 당분간 빠돌이 생활을 접을까 생각 중이지만)
친구네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기도 하고.
그냥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주말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책을 찾는다고.
내려오셔서 이방 저방 책장을 뒤졌는데.
결국 못찾고 그냥 아버지는 올라가셨는데.

난 괜히 추억팔이나 해볼까 이것저것 찾다가.
사진 한장을 보고.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되나.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울컥해서 질질짜기도 하고.
담배만 연거푸 펴대기도 하고.
그랬다.

무슨 사진이냐면.
그냥 부모님 사진인데.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생긴지 얼마 안되었을 때
두분이 그냥 뒤에 만든 제품들 놓고 찍은 사진인데.
그냥 어머니 아버지 표정이.
뭔가 새로워 보여서.

예전만해도.
오래된 앨범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냥 그 표정들이.
저때만 해도.
뭔가 잘 될꺼야.
힘들게 살지 않을꺼야.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여전히 비루하고.
여전히 힘들게만 살고 있는데.
저때는 그래도 뭔가
희망을 품은 모습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결연에 찬 모습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뭔가 말로 설명 못할것 같은.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얼마전에 들은 자주 듣는 팟캐스트에서 어느 유명한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 좋은 관습 중에 하나가
사랑은 위로 올라가는게 아니고 내려가는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효라는 말로.
너무 힘들어한다고.
내가 받은 사랑은 결국 내자식, 내 밑에 사람한테
주는 것이 맞는 거라는 이런 이야긴데.

잠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게.
저 사진을 보고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냥.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면서.
도와드리면서 잘 살자고.
정말 그래보자고.